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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e de Vivre. A delight in being alive; keen, carefree enjoyment of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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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동기를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라는 문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일단 보류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왔으나 이내 멈추었다. 봉사활동, 동아리, 취미, 특기. 어느 항목 하나 쉽게 채울 수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지원서를 써 내면서 나는 늘 같은 이유로 쩔쩔맨다. 거창한 동기가 없다는 것. 우연히 혹은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들의 집합이 지금 내 인생인데. 자기소개를 하기 위해서 나는 좋아하는 것들에 그럴싸한 이유를 가져다 붙여야만 했다. ‘책이 좋아 독서를 취미로 가졌다’고 말하면 ‘매력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니까.

어설프게 포장된 문장들이 흩어진 노트북을 밀어놓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옆에 바싹 붙어 앉은 커플들의 대화가 귀에 꽂힌다. 여자는 남자에게 날 ‘왜’ 좋아하느냐고 묻고, 남자는 ‘그냥’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여자가 ‘구체적으로 어디’ 하며 물고 늘어진다. 하다못해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이유를 대야 한다니.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냥인데. 내가 널 좋아하듯, 떡볶이를 좋아하듯, 그 책을 좋아하듯. 이유 같은 건 붙이지 않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러운데. ‘그냥’ 이라는 말로는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문득 야속하게 느껴진다.

새벽에 혼자 영화를 보다가 ‘진짜 좋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 진짜 좋아. 한번 봐봐’라고 문자를 썼는데 너에게 보내지 못했다. ‘왜 좋아?’라는 물음에 답할 자신이 없었다. 주눅 들지 않고 이야기하고싶다. 좋아해. 이유는 없어.


김혜원 학생리포터 khw618@naver.com
Photo 임여옥 학생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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